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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성희롱 피해자 보복 인사한 르노삼성, 4000만 배상"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회사 내에서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해 소송을 낸 피해자와 그를 도운 동료 직원에게 불리한 인사조치를 한 회사에 대해 법원이 원심보다 손해배상 책임을 더 크게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판사 임성근)는 20일 르노삼성자동차 직원 박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회사는 박씨에게 4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심에서는 회사에 100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며 "여기에 추가로 3000만원을 더 지급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2012년 4월부터 1년여 동안 직장 상사에게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리던 박씨는 2013년 6월 직장 상사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의무가 있는 회사도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회사는 그 해 9월 증언을 수집하던 박씨에게 '동료 직원을 협박했다'며 견책처분을 내렸다. 10월에는 박씨를 기존 전문 업무 대신 비전문 업무로 배치하고 12월에는 직무를 정지해 대기 발령했다. 박씨를 도운 직장 동료에게도 사소한 근무시간 위반을 빌미로 정직 1주일의 징계를 내렸다.

박씨는 회사의 이런 보복성 조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법원에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성희롱 가해자인 직장 상사에 대해서만 10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회사의 사용자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직장 상사가 항소를 포기해 회사에 대한 재판만 진행된 2심은 회사의 사용자 책임과 비전문 업무배치 등 부당 발령에 대한 책임만 인정해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박씨에 대한 회사의 나머지 처분은 정당한 인사조치라고 봤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이런 회사의 인사조치가 모두 불법 행위라고 보고, 원고 일부패소한 판결을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회사의 조치가 성희롱 문제 제기와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종전 관행·동종 사안과 비교해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지 등을 고려해 불법성을 따져야 한다"며 "직장 내 성희롱 분쟁에서 피해자에게 불리한 인사조치가 성희롱과 관련없이 정당하다면 이는 회사가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씨의 견책처분에 대해 "회사가 비슷한 사유로 유사한 징계처분을 한 사례를 찾을 수 없고, 오히려 박씨에 대해서만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견책처분을 내렸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무정지·대기발령 처분에 대해서는 "종전에 같은 정도의 사안에서 회사가 직무정지와 대기발령을 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며 불법적인 보복성 인사라고 봤다.

박씨를 도운 직장 동료에 대한 정직 1주일 처분에 대해서도 "회사가 유독 A씨만 장기간 출입기록을 조사해 근무시간 위반으로 징계처분을 내렸다"며 위법하다는 취지로 밝혔다.